희락재 일상

[사색] 작은 오빠

그라시아 Gratia 2023. 2. 7. 15:03

작은 오빠와 거의 15년 정도만에
긴 통화를 하게 되었다.

대화 도중에 작은 오빠가
"우리 막내~"라고 하시는데
그것만으로 눈물이 고이고
오른 쪽 가슴깨가 뻐근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다.(당당당)
우리 가족 중 나를 이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봄이 오면 겪는 계절성 우울증이 오다말고 달아난다.

오빠에게 고마워서 몇몇 과일들을 보냈다.
언니에게 잘 해주는 오빠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작은 오빠, 참 착한 우리 작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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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릴 적
이 십대의 오빠는 나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군대 휴가 나와서 나를 친구들 모임에 데려갔다.
가는 길에 나는 가기 싫다며 떼를 썼다.

오빠는 결국 나를 시내 한 복판 어딘가에 내버려뒀고
울고 있는 나를 시장다녀오던 아주머니 두 분이
들다시피하여 경찰서에 끌어다 뒀다.

경찰 아저씨 자전거 뒤에 앉아 놀이터를 데려다 주면
제가 혼자 집에 갈 수 있어요 말하던 기억이 난다.
놀이터에 바래다 주신 경찰아저씨를 뒤로하고
놀이터에서 그네랑 미끄럼틀 타고 모래장난 치다가
해질녘
집으로 가며 다짐했다.

작은 오빠가 어딘가 데려간다고 하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

그때의 오빠는 이제 육십 중반이 되었고
나는...오빠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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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든 감정을 비우고 새로 채우고 싶다.
오빠, 언니
인정, 통제 이런 감정 없이
새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듯
만나고 싶다.